저널 · 공사

이십 년에 한 번, 기와를 새로 올리는 일

가회경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한 공사, 북촌 한옥의 관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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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꾸준히 돌봐야 건강을 유지하듯, 한옥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 구조에 기와를 얹은 이 집은 손을 놓는 순간부터 조금씩 시간에 지기 시작합니다. 가회경을 열기 전 준비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지붕 공사였습니다. 대략 이십 년에 한 번 정도는 기와를 손보고, 구조재인 나무에 상한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이번이 그 시간이었습니다.

공사 중인 가회경 지붕과 비계
비계가 세워지고 나서야 지붕 위 나무 구조가 얼마나 세밀하게 짜여 있는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계가 세워지는 날, 집이 갑자기 낯설어 보였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붕'이라고 뭉뚱그려 보던 것이, 쇠파이프 사이로 층층이 드러나자 나무 한 켜 한 켜가 다 보였습니다. 서까래가 어떻게 걸려 있는지, 기와가 어느 각도로 물을 흘려보내는지. 매일 보던 집인데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비계와 나무 창틀이 보이는 공사 현장
나무 창틀과 기와 처마가 비계 사이로 드러난 공사 전의 모습입니다.

오래된 기와, 이른바 구와(舊瓦)는 색이 바랩니다. 세월을 머금으면서 회색이 더 깊어지고, 멀리서 보면 오히려 운치가 생깁니다. 와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는 것처럼, 빛바랜 기와에도 그런 결이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두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와 전문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오래 함께하려면 신와(新瓦)로 교체하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방수 성능, 단열, 구조적 안전 모두 새 기와가 낫다고. 운치보다 수명을 택하는 것이 결국 이 집을 더 오래 지키는 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지붕 위에서 작업 중인 기와 장인들
기와를 걷어내고 다시 올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손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기와를 걷어내는 날은 먼지가 많이 났습니다. 오래된 흙과 기와 조각이 뒤섞여 마당 한켠에 쌓였습니다. 그 흙 더미를 보면서 이 집이 얼마나 오랫동안 비와 바람을 막아왔는지 실감했습니다. 나무 구조도 하나씩 점검했고, 다행히 크게 상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단열재를 보강하고, 기와를 새로 올리고, 비가 새지 않도록 꼼꼼히 마감했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비계를 걷어낸 날, 지붕이 다시 처마를 드리웠습니다.

공사 후 새 기와와 나무 창틀, 맑은 하늘
새 기와가 올라간 처마 아래, 나무 창틀의 결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새 기와는 색이 선명합니다. 아직 시간을 덜 먹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며칠 지나 비가 한번 내리고 나자 기와가 젖었다 마르는 사이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옥의 지붕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익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공사는 가회경을 찾는 분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 집 자체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더 오래, 더 단단하게. 비는 막고 바람은 걸러내면서, 이 자리를 지키는 것. 관리란 결국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손을 대는 일, 그리고 그 손길이 쌓여서 집이 오래 사는 일.

갤러리

공사가 끝난 뒤 북촌 지붕선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